겸손은 기독교 신앙에서 매우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겸손을 '자신을 낮추고 감추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곤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겸손은 단순한 자기 비하나 조용한 태도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겸손은 하나님 앞에서의 올바른 자기 인식이며, 이웃을 존중하고 섬기는 실천적 자세입니다. 본문에서는 구약과 신약에 나타나는 겸손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드러난 겸손의 모델,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삶에서 어떻게 겸손을 실천할 수 있을지를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겸손, 단순한 미덕이 아닌 하나님을 향한 자세입니다
'겸손'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어 때로는 그 핵심적 의미가 희석되곤 합니다. 우리는 누군가가 조용하고 앞에 나서지 않으면 '겸손하다'라고 평가하고,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는 태도를 '겸손의 미덕'으로 여깁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겸손은 단순한 성격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하나님 앞에서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는 깊은 영적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잠언 22장 4절은 "겸손과 여호와를 경외함의 보상은 재물과 영광과 생명이니라"라고 말합니다. 이 구절은 겸손이 단순한 인간관계의 전략이 아니라, 하나님을 경외하는 태도와 불가분의 관계임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겸손은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높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겸손은 내면의 상태에 머물지 않고, 이웃과의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구현됩니다. 빌립보서 2장 3절은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라"라고 가르칩니다. 결국 겸손은 단순한 자기 인식을 넘어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궁극적으로 겸손은 하나님 중심, 타인 중심의 삶으로 나아가는 열쇠이자, 신앙인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본질적인 성품입니다.
성경 속 겸손의 의미와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
구약에서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승하였더라'(민수기 12:3)는 표현으로 대표적인 겸손의 인물로 거론됩니다. 하나님의 부름을 받았을 때조차 자신의 능력 부족을 토로하며, 그 사명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고백했습니다. 비록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높이지 않았으며, 이스라엘 백성을 위해 끊임없이 중보하며 그들의 구원을 자신보다 우선시했습니다. 그의 겸손은 단순히 자신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신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겸손의 완벽한 모델로 등장하십니다. 빌립보서 2장 6~8절은 예수님의 겸손을 이렇게 생생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사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님의 겸손은 단순한 온화한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권리와 존귀한 지위를 기꺼이 포기하고 가장 낮은 자리까지 내려오신 실천적 헌신이었습니다. 그는 인간의 모습으로 오셔서 병든 자, 죄인,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예수님의 겸손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드러났으며, 그 절정은 십자가였습니다. 인류를 향한 무한한 사랑으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심으로써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강력하게 보여주셨습니다. 이러한 겸손은 그의 제자들에게도 요구되었습니다. 마태복음 23장 12절에서 예수님은 "누구든지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낮아지고 자기를 낮추는 자는 높아지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은 겸손이 단순한 미덕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근본 질서이며, 그분의 통치 방식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겸손은 천국의 근본 원리요,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성품인 것입니다.
오늘날 삶 속에서 겸손을 실천하는 신앙인의 태도
현대 사회는 자기 표현과 자아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시대입니다. 자신을 드러내고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 경쟁에서 앞서 나가는 것이 미덕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와는 정반대로 자신을 내려놓고, 타인을 존중하며, 하나님 앞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겸손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오늘날 신앙인들에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겸손은 하나님께서 가장 귀하게 여기시는 성품이며, 주님께서 직접 보여주신 삶의 모범입니다. 겸손은 결코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의 존재가 하나님 안에서 얼마나 소중하고 의미 있는지를 깨달기에, 그분 앞에서 교만할 수 없고 타인 앞에서 오만할 수 없는 태도입니다. 진정한 겸손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자기부정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은 모든 것이다'라는 고백에서 시작됩니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의 작은 배려와 섬김을 통해 겸손을 실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공로를 내세우기보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다른 이의 장점을 인정하며, 비판 대신 이해를 선택하는 삶의 태도 속에서 겸손은 자라납니다. 또한 끊임없이 기도하며 자신의 연약함을 하나님께 고백하고 의지할 때, 겸손은 깊게 뿌리내립니다. 결국 겸손은 스스로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아니라, 하나님을 높이기 위한 삶의 근본적인 방향입니다. 성경에서는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 주님의 겸손을 본받아, 하나님 앞에서 바른 자세로 서고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겸손은 신앙인의 얼굴이며, 그 안에는 하나님 나라의 신성한 질서가 생생하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