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은 히브리어로 흔히 '평화'로 번역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샬롬은 단순한 전쟁의 부재나 정서적 안정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샬롬은 하나님의 질서와 조화가 관계, 삶, 공동체, 창조 세계 전반에 걸쳐 회복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본문에서는 샬롬의 성경적 뿌리와 구약과 신약을 아우르는 맥락, 그리고 오늘날 신앙인에게 이 샬롬의 개념이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샬롬’은 단지 갈등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하나님이 의도하신 온전한 상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샬롬'을 일상적인 인사말 정도로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경에서의 샬롬은 단순한 정서적 평온함을 훨씬 뛰어넘는 깊고 풍부한 의미를 지닙니다. 샬롬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가 회복된 상태, 즉 인간과 하나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사이의 완전한 조화를 의미합니다. 창세기에서 하나님께서 '심히 좋았다'라고 하신 창조 세계가 바로 샬롬의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죄로 인해 이 샬롬은 깨어졌고, 성경은 하나님께서 이 샬롬을 어떻게 회복해 가시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시 말해, 성경의 전체 서사는 샬롬의 파괴와 회복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샬롬은 개인의 내면에 국한되지 않고, 공동체와 사회, 궁극적으로는 전체 창조 세계로 확장되는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따라서 샬롬은 하나님과의 화해, 이웃과의 화평, 사회적 정의, 경제적 균형, 자연과의 공존 등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성경의 여러 구절과 인물,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샬롬'의 구체적인 의미를 탐구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샬롬의 본질과 실현의 방식
샬롬의 개념은 성경 곳곳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구약에서 샬롬은 히브리어로 שָׁלוֹם(shālôm)로 표기되며, '온전함', '완성', '안전', '형통' 등 풍부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단어는 개인의 건강 상태부터 공동체의 안전, 나아가 계약과 약속의 성실한 이행까지 폭넓게 사용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샬롬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이고 질서와 목적에 맞게 기능할 때 나타나는 '하나님의 방식'의 평화입니다. 레위기 26장 6절은 "내가 그 땅에 평화를 줄 것이라 너희가 평안히 누울 때에 너희를 두렵게 할 자가 없을 것이며"라고 선포합니다. 이는 단순한 외적 평화를 넘어,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백성들이 보호받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근본적인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레미야 29장 11절에서는 "너희에게 평안(샬롬)을 주려는 계획이라"라고 하시며, 하나님의 구원 계획 전체를 이 한 단어로 압축합니다. 이로 인해 샬롬은 종말론적 완성을 암시하는 상징적인 단어가 됩니다. 결국 하나님의 나라가 완전히 임할 때 이 샬롬이 온전히 회복된다는 것이 성경의 약속입니다. 신약에서는 헬라어 '에이레네(εἰρήνη)'가 샬롬의 깊은 의미를 계승합니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4장 27절에서 "내가 너희에게 평안을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라고 선언하십니다. 여기서 말하는 '나의 평안'은 세상이 결코 줄 수 없는 본질적인 샬롬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깨어진 관계를 회복시킨 궁극적인 샬롬의 사건이었습니다. 바울 서신에서도 샬롬은 핵심적인 개념입니다. 로마서 5장 1절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리자"라고 말하며, 믿음으로 말미암는 의와 샬롬을 긴밀하게 연결합니다. 바울은 복음 자체를 '평안의 복음'으로 부르며, 모든 믿는 이가 이 샬롬 안으로 초대받았음을 강조합니다. 결국 성경의 샬롬은 하나님 중심, 관계 중심, 공동체 중심의 회복을 의미하며, 단순한 갈등의 부재를 넘어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 적극적으로 실현되는 역동적인 상태를 가리킵니다.
오늘날 우리가 회복해야 할 샬롬의 실천과 그 의미
오늘날 우리는 샬롬의 반대 개념인 불안과 갈등, 분리와 상실로 가득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국제적 전쟁과 분쟁, 사회적 양극화, 가족 내 불화, 개인의 내면적 혼란은 모두 샬롬의 부재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앙인은 단순히 "평안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샬롬을 삶으로 구현해야 할 존재입니다. 샬롬 실천의 첫걸음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에서 시작됩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과 깊은 친밀감을 나눌 때, 내면의 혼돈은 잠잠해지고 진정한 평화가 찾아옵니다. 다음으로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샬롬을 실현해야 합니다. 용서, 화해, 격려, 나눔을 통해 끊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상처 입은 공동체를 치유하는 사명을 다해야 합니다. 더불어 사회 구조 속에서 정의와 공의를 실현함으로써 샬롬은 더욱 확장되어야 합니다. 이는 정치, 경제, 환경, 교육 등 삶의 모든 영역에서 하나님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믿는 자들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며, 이 땅에 그분의 샬롬을 확장시키기를 원하십니다. 우리가 진정한 샬롬을 누리고 이를 전파한다면, 이는 단순한 개인의 안정과 위로를 넘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증거하는 놀라운 표현이 될 것입니다. 샬롬은 평화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그것은 창조의 본래 질서로 돌아가는 회복이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완성되는 온전한 구원입니다. 이 샬롬을 삶의 중심 가치로 삼을 때, 우리는 진정한 평안 가운데 살면서 동시에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를 힘 있게 증거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