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철학과 정치, 윤리 영역에서 오랫동안 깊이 있게 논의되어 온 중요한 주제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말하는 정의는 단순히 인간 사회의 규칙이나 형평성 문제를 넘어, 하나님의 본질적인 성품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깊은 영적 가치입니다. 본문에서는 성경 속에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정의의 개념과 하나님의 공의, 그리고 이를 삶으로 실천한 인물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성경적 정의가 오늘날 우리 사회와 신앙인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성경은 세상의 시각과 다른 기준을 제시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정의'는 매우 복잡하고 민감한 주제입니다. 법과 제도, 윤리와 양심의 문제로서 정의는 개인과 공동체의 삶을 근본적으로 좌우하는 핵심 가치입니다. 그러나 시대와 문화에 따라 정의의 기준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공정함이, 다른 이에게는 형평성이, 또 다른 이에게는 관용이 정의로 여겨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대적이고 유동적인 정의의 기준과 달리, 성경은 절대적이고 불변하는 기준에서 정의를 설명합니다. 성경에서의 정의는 하나님의 본질적 성품, 즉 공의로우심과 자비로우심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가운데 이해되어야 합니다. 미가서 6장 8절은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라고 선명하게 말씀합니다. 이 구절은 성경적 정의가 단순히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차원을 넘어, 하나님의 뜻에 따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삶의 방식임을 분명히 보여줍니다. 정의는 단순히 법적으로 옳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시각으로 이웃을 대하고, 공동체 안에서 선을 적극적으로 행하며, 연약한 자들을 진심으로 돌보는 책임감 있는 태도를 포함합니다. 그렇기에 성경적 정의는 세속적인 힘의 논리나 성과주의와는 근본적으로 대조되며, 하나님 나라의 근본적인 질서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정의의 원리와 그것을 실천한 인물들
성경에서 '정의'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미쉬파트(mishpat)'는 단순한 처벌이나 보상의 개념을 넘어, 하나님이 제시하신 질서를 바로잡는 행위를 뜻합니다. 이 정의는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적용되며, 특히 사회적 약자인 고아, 과부, 나그네를 보호하는 데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신 10:18). 정의는 하나님의 나라에서 반드시 실현되어야 할 핵심 원칙이며, 예언자들은 끊임없이 그 회복을 외쳤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아브라함은 소돔과 고모라가 멸망하기 전 "온 세상을 심판하시는 이가 정의를 행하지 않으시리이까"(창 18:25)라고 말하며 하나님의 정의에 대한 깊은 신뢰를 표현했습니다. 이 장면은 인간의 시각이 아닌 하나님의 정의가 언제나 완벽하다는 전제를 보여줍니다. 모세 율법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명령합니다. 레위기 19장에서는 "재판할 때 불의를 행하지 말며… 가난한 자의 편을 들지 말고, 세력 있는 자라고 해서 두둔하지 말라"라고 하여, 모든 이에게 공정한 판단을 요구합니다. 이는 인간적 감정이나 이해관계를 넘어 하나님의 기준에 따라 판단하라는 명확한 지침입니다. 다윗은 왕이 된 후에도 정의와 공의 실현에 힘썼습니다. 사무엘하 8장 15절은 "다윗이 온 이스라엘을 다스려 모든 백성에게 정의와 공의를 행하매"라고 기록합니다. 그는 단순한 군주의 권력으로 통치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율법에 따라 정의로운 리더십을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신약에서 예수님은 정의를 가장 온전히 실천하신 분입니다. 그는 억눌린 자를 해방하고, 병든 자를 고치며, 죄인들과 함께하심으로써 하나님의 공의와 자비를 동시에 드러내셨습니다. 특히 마태복음 23장에서 종교 지도자들의 위선을 꾸짖으며 "너희가 율법 중에 더 중한 바 정의와 긍휼과 믿음을 버렸도다"라고 말씀하신 대목은, 형식적인 율법 준수보다 정의의 실천이 훨씬 더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사도 야고보 역시 실천 없는 믿음을 비판하며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이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편견 없는 사랑과 공정한 대우, 연약한 자에 대한 돌봄을 진정한 신앙의 열매로 보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성경에서 정의는 결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의 방식으로 요구되고 실현되어야 할 명령입니다.
오늘날 신앙인이 실천해야 할 성경적 정의의 삶
오늘날 우리 사회는 불공정, 차별, 그리고 약자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정의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신앙인들은 세상과 차별화된 정의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는 사람을 외모, 출신, 경제적 능력으로 판단하지 않고,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존재로 존중하고 대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성경적 정의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적 성실함을 넘어서, 공동체 내에서 공정한 질서를 수립하고,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억울한 자들의 편에 서는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공의와 긍휼의 리더십은 오늘날 모든 신앙인이 본받아야 할 모범입니다. 직장, 학교, 교회, 사회 어디에서든 우리는 '하나님의 정의'를 대변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합니다. 이는 결코 쉬운 길이 아니며, 때로는 개인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정의를 사랑하시는 분이시며, 정의를 실천하는 이들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점차 확장해 나가십니다. 우리가 매일의 선택에서 정의로운 결정을 내리고, 불의에 침묵하지 않으며, 약자를 위해 기꺼이 일어선다면, 그것은 곧 하나님의 뜻을 이 땅에 구현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성경적 정의는 단순한 추상적 가치가 아니라, 오늘도 살아 움직이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하나님의 능력입니다. 이 정의의 삶을 향해 우리 모두가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