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학 교육은 실용성과 직업 연계성이 강조되는 분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인간이란 무엇인가’,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 질문을 탐구하는 인문학의 가치를 지키려는 노력이 존재합니다. 특히 미국의 인문학 강세 대학들에서는 이 같은 물음을 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다루기 위해 독특한 수업을 개설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은 전통적인 문학, 철학, 역사 수업을 넘어서 현대 사회 문제나 인간 정체성과 감정, 문화의 경계를 탐색하는 주제까지 포괄하며,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미국 대학들 중 인문학 교육에 집중하는 대학들이 개설한 특별하고 흥미로운 수업 사례들을 통해, 인문학의 현대적 변용과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해리포터와 윤리학: 미시건대의 ‘마법과 도덕의 딜레마’
미국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는 '해리포터' 시리즈를 활용한 인문학 수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식 명칭은 「Harry Potter and the Power of Story」이며, 단순히 책의 줄거리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에 내포된 도덕적 딜레마, 권력, 저항, 정체성 같은 철학적 주제를 탐구합니다. 이 수업은 문학작품 속 세계가 현실의 문제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이 마주한 삶의 문제들을 이야기와 연결해 성찰하도록 유도합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해리포터가 처한 윤리적 선택과 인물 간의 갈등 구조를 바탕으로,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론(칸트, 벤담, 아리스토텔레스 등)을 적용해 토론하도록 유도합니다. 수업은 토론 중심으로 구성되며, 학생들은 직접 사례를 가져와 '만약 내가 이 상황에 놓인다면?'이라는 질문에 답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기릅니다. 이러한 방식은 전통적인 철학 수업을 넘어서, 현대적 문화를 매개로 인문학을 일상과 접목하는 데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2. 좀비와 사회철학: 콜먼대의 ‘죽음 이후의 사회학’
미국 콜먼대학교(Coleman University)에서는 「Sociology of the Living Dead(좀비와 사회학)」라는 수업이 운영됩니다. 이 강의는 좀비 영화를 단순한 공포물이 아닌,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인간 불안의 상징으로 해석하며 이를 통해 사회철학과 윤리학, 심리학적 사유를 이끌어냅니다. 수업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AMC 시리즈 『워킹 데드』 등의 콘텐츠를 분석하면서 ‘좀비’라는 존재가 현대 자본주의, 전염병 공포, 인간 소외, 공동체 붕괴 등의 문제와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탐구합니다. 교수는 ‘좀비는 왜 끊임없이 배고픈가’, ‘죽음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어디에서 기원하는가’와 같은 철학적 질문을 제시하며, 학생들은 이에 대해 각자의 관점으로 글을 쓰고 발표합니다. 또한 이 수업은 타 장르와 융합된 독특한 시청각 자료 활용을 통해 학생들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인간 존재와 문명 비판이라는 고전적 인문학 주제를 매우 현대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3. 사랑과 철학: 예일대의 ‘삶으로서의 사랑’ 강의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의 「Philosophy and the Good Life」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간 삶의 본질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는 수업입니다. 이 수업은 고대 철학자 플라톤부터 현대의 마사 누스바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저작을 다루며, 사랑이 인간 정체성과 삶의 의미 형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석합니다. 특히 수업은 단순한 철학 이론 강의가 아니라, ‘사랑은 선택인가? 감정인가? 덕목인가?’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 각자의 삶과 연결되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업 중에는 학생들이 과거의 사랑 경험이나 감정적 갈등을 철학적으로 재구성하는 과제를 수행하기도 하며, 이를 통해 인문학이 단지 이론이 아니라 삶의 실천이라는 점을 체험합니다. 또한 교수는 매주 다른 철학자의 시각을 소개하며, 서로 충돌하는 견해 속에서 학생들이 자기만의 ‘삶의 철학’을 정립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수업은 대학 교육이 단지 직업 훈련의 장이 아닌, 자기 성찰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인문학적 이상을 그대로 구현하는 실례입니다.
4. 음식과 정체성: 바너드대의 ‘우리는 무엇을 먹는가?’
바너드 칼리지(Barnard College)는 콜럼비아대학교와 연계되어 있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로, 「Food, Culture, and Identity」라는 강의에서 음식을 통해 인간 정체성과 문화적 권력 구조를 탐구합니다. 이 수업은 단순한 요리나 식품학이 아닌, 음식이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문학적 시각에서 고찰합니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전통 음식이 어떻게 국가정체성을 형성하는지, 이민자의 식문화가 기존 사회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음식 선택이 젠더나 계급, 인종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합니다. 학생들은 각자의 음식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실제로 음식 관련 인터뷰나 현장 조사 등을 수행하면서 이론과 실천을 연결합니다. 이 수업은 인문학이 단지 추상적인 철학과 문학에 그치지 않고, 가장 일상적인 요소인 ‘먹는 행위’를 통해 어떻게 인간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디스크립션 (요약문)
인문학의 가치는 인간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있습니다. 미국의 인문학 강세 대학들은 이를 보다 창의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독특하고 실험적인 수업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학생들에게 인문학을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게 해 줍니다. 예를 들어 미시건대의 해리포터 수업은 문학과 윤리학을 결합해 도덕적 딜레마를 탐구하게 하며, 콜 먼 대의 좀비 사회학은 문화 콘텐츠를 통해 사회 문제를 분석합니다. 예일대의 사랑과 철학 강의는 삶의 철학을 직접 정립하게 하고, 바너 드대의 음식 수업은 일상 속에서 정체성과 권력을 읽어내는 훈련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수업은 모두 인문학이 단지 고전 이론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깊이 성찰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합니다. 결국 인문학은 낯설고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학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의 대학 강의실에서는, 그렇게 사람을 묻는 수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습니다.